매너와 투지 사이

올해 스포츠조선에서 기획한 10대1 인터뷰 꼭지를 매번 재미있게 봤다. 동료 선수 10명이 선수 한 명한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인데, 일곱번째가 홍성흔 편이었다. 다소 놀랐던 부분이 홍성흔의 오버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홍성흔이 오버맨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게 동료 선수들에게 그렇게까지 안 좋게 받아들여진다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그 오버, 안 하면 안되냐 하는 질문들도 있었다.  심지어 김상현 인터뷰 시에도 홈런 치고 제스처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가 볼 땐 그저 손을 번쩍 드는, 전혀 오버스럽지 않은 제스처인데 말이다.

또한 크게 앞서나가는 팀이 도루를 한다거나 하면 매너없는 행동으로 치부되어 상대팀이 빈볼로 맞대응하는 등의 일이 야구계에서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오늘은 SK가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가자 두산이 빈볼성 투구를 던지면서 논란이 되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금민철이 정상호의 고교 4년 후배라는 점을 두고 후배인 주제 건방지다, 예의없다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 상황에서 왜 빈볼성 투구를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매너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나이도 어린 게 까마득한 선배에게 감히' 류의 대응은 마뜩치 않다.

프로야구는 엄연히 승리를 놓고 적과 벌이는 싸움이다. 우리 팀의 사기를, 또는 스스로의 사기를 올림으로써 승리를 갈구하는 파이팅과 오버가 상대팀의 신경을 건드린다 한들 그게 왜 자제해야 할 행동일까.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기 위해 빈볼을 던졌다 한들 거기서 왜 나이와 선후배 관계가 거론되어야 할까. 빈볼은 대부분 투수 자의가 아니라 선배 선수나 코치진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동 아닌가? 돌이켜보면 2008년 윤길현의 욕설 사건이 감독이 나서서 사과를 할 만큼 대단한 잘못이었을까? 그 때도 어린 놈이 어디서 감히 선배에게, 가 공분의 큰 원인이 아니었던가.  

페어플레이는 아름답고, 적이라도 상대방 선수에게 예의를 보이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경기의 가장 큰 목적, 곧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합법적인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투지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 발생하더라도, 적어도 선후배와 나이를 이유로 과도한 비난이 가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승부에 나이가 어디있고 선후배가 어디 있나. 위협구는 위협구 그 자체로 비판받으면 된다. 그러한 행동에 가장 열받는 것은 상대팀 선수들일 것이고, 그들은 보복할 똑같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로써 서로 간의 매너를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되는 것이다. 

by woodstock | 2009/10/15 00:42 | 야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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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앨리스 at 2009/10/15 14:14
정말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연공서열 따지자는건 정말 아닌데 최소 서로 피보고 다치는건 안했으면 좋겠어 나도 운동선수인데 그러고 싶나.
근데 어제 야갤이랑 등등 가봤떠니 완전쓰레기장.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9/10/15 19:25
근데 대다수의 부상은 고의가 아니라 우발적인 실수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함. 미필적 고의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으로 얽힌 야구계에서 정말 선수 생명 끊어놓겠다고 작정하고 덤비는 인간들이 얼마나 되겠어?

암튼 얘도 잘못했고 쟤도 잘못했다, 앞으로 서로 조심하자로 끝나면 될 문제 가지고 누가 얼마나 더 잘못했냐 따지는 게 그게 그리 중요한가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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