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4일
영화 I'm not there.
영화를 같이 본 친구와 쓸데없는 논쟁을 벌였다. 친구는 그가 죽었다 하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했다. 그는 물론 살아있다. 고작해야 일흔도 안됐다. 그런데 살아있다는 게 오히려 낯설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음반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기억은 과거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지미 헨드릭스가, 재니스 조플린이, 짐 모리슨이 그러하였듯이 밥 딜런도 죽은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하나의 전설이었다. 살아있는 전설 밥 딜런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극장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열 명은 넘겼나 모르겠다. 그나마도 중간에 서너명은 나가버렸다. 그럴 법도 했다. 영화의 구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간 나도 초반에는 인물 따라잡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그런 정신없음과 혼돈 그 자체가 영화가 의도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존재, 수많은 영혼을 가졌던 밥 딜런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딜런은 그저 blowin' in the wind나 knocking on heaven's door와 같은 노래를 부른 포크가수였고, 그건 실제 밥 딜런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그는 주위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신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앤디워홀의 뮤즈를 비롯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으며 오토바이 사고 후에 은둔자적 생활을 하고 종교에 귀의하여 신앙심깊은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이상의 설명 역시도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그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한다. 이 불친절한 영화는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이상의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흩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밥 딜런이 어떤 존재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밥 딜런이 왜 그동안 자신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를 거부했는지도, 감독이 왜 밥 딜런 본인을 만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자신을 향한 어떤 레토릭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았던 그가 갈망한 것은 다만 자유, 그리고 영혼의 구원이었던 것 같다. 결국 신에게 귀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낱 인간으로서는 구원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잠시 벅스에 올라와있는 그의 음반 목록을 훑어보니 그의 생의 궤적이 조금은 보일 듯도 하다. 초반 앨범들에 종종 등장하는 free, freedom이라는 단어와 그가 종교에 귀의하고 발표한 I'm saved라는 음반.
영화평을 보다보니 누군가는 밥 딜런의 음반을 듣는 가장 바보같은 방법은 베스트음반을 골라듣는 거라는데, 50장에 가까운 정규음반에 이미 베스트 음반의 갯수만도 10개가 넘는 듯 하니 도대체 뭘 들어야 할 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는 솔직히 듣기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_; 그러니 밥 딜런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는 편이 그의 음악과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엿보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밥 딜런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또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영화. 그게 아니라면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움. 괜히 시간과 돈만 버리고 극장에서 뛰쳐나오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영화의 베스트를 뽑자면, 배우는 케이트 블란쳇. 내 친구는 심지어 영화 끝나고서야 그게 케이트 블란쳇임을 알았다고 한다. 어쩜 얼굴조차 그렇게 밥 딜런 본인과 비슷한지. 영화 보기 전에도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궁금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감탄 연발이었다. 글고 노래 중에서는 영화에 나온 대부분의 노래가 좋지만, 그 중에서도 크리스천 베일이 부른(실제로는 John Doe) Pressing on,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이 음악평론가와의 논쟁 이후 부른 Ballad of a thin man이 인상에 남는다. 포크록 페스티발에서 전자기타 들고나와 관객들이 충격먹은 걸 기관총으로 우다다다 쏘는 걸로 표현한 장면도 기억에 남네..
극장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열 명은 넘겼나 모르겠다. 그나마도 중간에 서너명은 나가버렸다. 그럴 법도 했다. 영화의 구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간 나도 초반에는 인물 따라잡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그런 정신없음과 혼돈 그 자체가 영화가 의도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존재, 수많은 영혼을 가졌던 밥 딜런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딜런은 그저 blowin' in the wind나 knocking on heaven's door와 같은 노래를 부른 포크가수였고, 그건 실제 밥 딜런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그는 주위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신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앤디워홀의 뮤즈를 비롯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으며 오토바이 사고 후에 은둔자적 생활을 하고 종교에 귀의하여 신앙심깊은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이상의 설명 역시도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그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한다. 이 불친절한 영화는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이상의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흩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밥 딜런이 어떤 존재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밥 딜런이 왜 그동안 자신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를 거부했는지도, 감독이 왜 밥 딜런 본인을 만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자신을 향한 어떤 레토릭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았던 그가 갈망한 것은 다만 자유, 그리고 영혼의 구원이었던 것 같다. 결국 신에게 귀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낱 인간으로서는 구원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잠시 벅스에 올라와있는 그의 음반 목록을 훑어보니 그의 생의 궤적이 조금은 보일 듯도 하다. 초반 앨범들에 종종 등장하는 free, freedom이라는 단어와 그가 종교에 귀의하고 발표한 I'm saved라는 음반.
영화평을 보다보니 누군가는 밥 딜런의 음반을 듣는 가장 바보같은 방법은 베스트음반을 골라듣는 거라는데, 50장에 가까운 정규음반에 이미 베스트 음반의 갯수만도 10개가 넘는 듯 하니 도대체 뭘 들어야 할 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는 솔직히 듣기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_; 그러니 밥 딜런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는 편이 그의 음악과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엿보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밥 딜런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또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영화. 그게 아니라면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움. 괜히 시간과 돈만 버리고 극장에서 뛰쳐나오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영화의 베스트를 뽑자면, 배우는 케이트 블란쳇. 내 친구는 심지어 영화 끝나고서야 그게 케이트 블란쳇임을 알았다고 한다. 어쩜 얼굴조차 그렇게 밥 딜런 본인과 비슷한지. 영화 보기 전에도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궁금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감탄 연발이었다. 글고 노래 중에서는 영화에 나온 대부분의 노래가 좋지만, 그 중에서도 크리스천 베일이 부른(실제로는 John Doe) Pressing on,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이 음악평론가와의 논쟁 이후 부른 Ballad of a thin man이 인상에 남는다. 포크록 페스티발에서 전자기타 들고나와 관객들이 충격먹은 걸 기관총으로 우다다다 쏘는 걸로 표현한 장면도 기억에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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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 not There by 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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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24 10:57 | 음악/영화/책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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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Sup..
★★★★★ 제가 알고 있는 밥 딜런은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은 그리 좋은 줄을 잘 모르는데 다른 뮤지션들이나 예술가들에 의해 추앙받는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 말씀입니다. 밥 딜런이 저와 동시대의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인상을 갖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형으로만 접할 수 밖에 없었던 60 ~ 70년대의 대중 음악가들 가운데에서도 밥 딜런은 음악의 창고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힌 비밀의 박스와 같은 존재였습니다......more
보고 싶은데 망할 멀티플렉스의 농간으로 이영화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네요.ㅠ.ㅜ
어디서 보셨는지 정보좀 부탁드릴께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잊게 만들기 위해, 나는 전기영화를 만든다'라는 토드 헤인즈의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밥 딜런하면 허영만화백의 [고독한 기타맨]이 떠오릅니다.
강토가 클래식 기타학원에서 만난 누나가 추천해 준 밥 딜런을 듣고, "폴 앵카는 듣기 좋은 데, 밥 딜런은 뭐가 좋은 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죠.
그 만화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뭐가 좋은 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해가 되네요. 그 누나는 니가 아직 어려서 그래, 라고 했을라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