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주의 영화와 책...

아..너무나 작심삼일에 어울리는 글쓰기 주기이구나 작년 1월에 쓰고 올해 1월이라니 ㅎㅎㅎㅎㅎㅎㅎ
올해도 반복되는 헛된 결심...

1월 6일인데 한 주 동안 영화 한 편을 보고 책 세 권을 읽었다.

먼저 영화는 <마담 뺑덕>. 순전히 정우성이 나온다는 이유로 선택한 영화고, 정우성은 역시나 내 시각을 만족시켜주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심지어 격렬한 베드신도 몇 차례나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영화 고르는 안목은 정말 내 취향에는 절레절레...아수라는 일단 논외로 하고, 정말 좋았던 영화는 <호우시절> 한 편이었던 것 같다. 암튼 심청전의 큰 얼개를 그대로 이어가는 시도는 참신한데, 심학규가 장님이 되고 다시 눈을 뜨게 만들기 위해 청이가 바다에 몸을 던지고...를 현대판 복수극으로 옮겨오는 과정이 너무 무리수야. 그리고 베드신이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고 길게 이어질 필요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관람차씬 정도가 적당했던 거 같아. 

책은 12월말부터 읽기 시작한 호프 자런의 <랩걸>, 그리고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며칠 전에 다 읽었고,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를 어제오늘 읽었다. 

랩걸은 사놓은 지는 한두 달 되었는데 이제야 시간이 나서 읽었는데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소개해서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지식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책이다. 호프 자런이라는 식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나무가 얼마나 희박한 확률로 씨앗으로부터 싹을 틔우고 자라나며 사계절에 따른 변화를 거쳐 오랜 세월을 버텨내는지를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힘겨운 투쟁의 시절을 드러낸 저자에게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것은 결코 가난하지만 꿈이 있어 행복했다는 식으로 미화될 수 있는 삶이 아니었고, 하나의 씨앗이 나무로 자라나는 과정처럼 치열한 분투의 기록이었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10개의 단어로 근현대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책이자, 위화 개인의 성장사를 담고 있다. 문화대혁명은 위화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주요 사건이었다. 문화대혁명은 예전부터 관심있던 주제로, 이 책을 읽다보니 십여년 전 <홍위병: 잘못 태어난 마오쩌둥의 아이들>을 읽은 기억이 살아났다. 위화의 초기작들은 대부분 피비린내가 물씬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문화대혁명 시절이 그러한 글쓰기의 바탕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여간 이 책을 읽으면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미래에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위화는 중국의 고통은 곧 자신의 고통이라며, 중국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이 책을 썼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출판할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독한 언론 통제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결국 문제를 덮어버리고 일시적으로 모면하는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 지는 모를 일이다.

<너는 모른다>는 속도감 있게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난 후 찝찝한 기분이 남는데, 각자 비밀을 간직한 가족이 그 비밀로 인해 수렁에 빠지고 민낯이 드러나며 결국 일말의 화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위한 설정이 너무 비일상적이라 주제의식에 대한 공감을 방해하는 느낌. 간간이 기억에 남을만한 문장이 있긴 한데 굳이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by woodstock | 2018/01/06 17:02 | 음악/영화/책 | 트랙백 | 덧글(3)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두 권 연속 강아지 관련 책을 읽었군. 읽은지 벌써 열흘도 넘었는데 더 까먹기 전에 빨리 써놔야지. 저자 패트리샤 맥코넬은 소피아 잉처럼 동물행동학자인데 앞서의 책이 반려견 교육에 초점을 둔 실용서라면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이자 반려견 행동교정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다룬 에세이다. 

왜 개는 그렇게 행동할까? VS 왜 우리는 그렇게 행동할까?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개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야기『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은 개의 문제 행동이 우리가 무의식중에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는 새로운 관점의 애견 행동학 에세이다. 동물행동학자가 접해 온 수천 건의 사례 중 가장 흔한 개의 문제 행동 사례들을 엮었으며, 개의 심리 및 행동뿐만 아니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 또한 함께 담아냈다. 동물행동학자이자 30년 경력의 개 훈련사이기도 한 패트리샤 맥코넬 박사는 개뿐만 아니라 인간을 하나의 흥미로운 종으로 바라보면서, 우리가 개 주변에서 어떻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개는 그런 우리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렇다면 개와 올바르게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소리와 몸짓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상은 책소개인데, 개와 인간의 차이와 유사점이라든가 개의 특성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 다 흥미로운 부분들이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다만 전자책으로 읽었더니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찾기 어려운 단점이 있네. 하여간 우리가 개를 친근하게 여겨 하는 행동들, 허리를 숙여서 머리를 쓰다듬고 안고 하는 행동들이 그들에겐 위협적으로 느껴지듯이, 개와 사람의 몸짓이 그떻게 다른지를 알려주고, 개의 관점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개들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 저자가 자기 개들과 농장에서 살아가면서 겪은 에피소드라든가 반려견 행동문제로 인해 저자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 하룻밤동안 개의 사체를 집안에 두고 다른 개들에게 다가와서 냄새도 맡게 하면서 동료의 죽음을 알려준 거였다. 엊그제 동물농장에서였나, 2년 전에 죽은 할머니를 찾아 매일같이 동네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개의 이야기가 TV에 나왔다. 언젠가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를 매일같이 기다리는 개의 이야기도 봤는데,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보호자가 사라져버렸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지. 사람이든 개든 현실을 마주 대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by woodstock | 2017/01/25 14:59 | 음악/영화/책 | 트랙백 | 덧글(1)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올해부터 읽은 책은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요즘 워낙 책을 안 읽기도 하고 읽어도 그대로 휘발되는 게 많아서 이렇게라도 좀 남겨봐야지.

1. 사자왕 형제의 모험

트위터에서 팔로하고 있는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추천글을 보고 마음만 찍어뒀다가 쿄언니 집에 갔는데 마침 이 책 냉면이한테 읽어보라며 권해줘서 빌려왔다. 그런데 알라딘에는 초5~6학년 대상도서로 되어 있네. 그날 잠자리에서 1장을 읽어주는데 시작부터 너무 암울하다. 1장 다 읽고 책 덮기 전에 슬쩍 2장 앞부분을 봤는데 2장은 더 암울하다. 이 나이가 되고보니 엄마한테 더 감정이입이 되는데 남편은 바다에서 죽고 첫째 아들은 사고사 둘째 아들은 병사로 보내고 홀로 남다니 이거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 하루라도 빨리 낭기열라에서 만나기만 바래야하나 근데 왜 아빠는 낭기열라에서 안 기다림? 너무 일찍 헤어져서 기억에 아예 없어서 안 나오는 듯? 암튼 냉면이한테는 2장까지 읽어줬는데 3장부터 지가 좀 읽더니 재미없다고;;; 모험을 시작하면 재미있어질텐데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거 아니니 나중에 다시 읽어줘야지. 하여간 죽음 이후의 세계 낭기열라에서 또다시 죽음을 무릅쓴 모험을 펼치는 사자왕 형제, 어째서 그래야 하냐고 묻는 동생에게 형은 말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바 없으니까."  이 장면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현실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타협을 한다. 다들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어, 아무도 안 보니까 괜찮아, 이번 한 번뿐이야 등등 핑계는 가지가지다. 그렇게 누적된 타협 속에 정말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과연 우리가 옮은 길을 택할 수 있을까. 사람답게 산다는 건, 쓰레기와 다른 삶을 산다는 건 그런 일상 속의 사소한 순간들에 나만의 원칙을 지키는 삶 아닐까. 티비, 전자게임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 자극이 넘쳐나는 요즘 시절의 아이들은 이 고전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2. 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얼마전 방문한 서현동 젠틀독아카데미의 김성오 소장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책 사고나서 달달 외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열심히 정독했다. 유튜브에도 소피아 잉의 채널이 있어서 동영상도 열심히 보고 나서 그야말로 큰 깨달음을 얻고 아, 이렇게만 하면 우리 루비도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충전했다가 며칠만에 쭈구리가 되었다. 책 내용은 정말 좋다. 강형욱을 비롯해 국내 훈련사들이 쓴 책도 몇 권 읽었지만 너무 두리뭉실하고 반려견을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전혀 무지한 사람들, 걍 귀여우니까 애견샵에서 사다 키우는데 똥도 제대로 못 가리고 귀찮게 하니까 아 저 새끼 갖다버릴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 가까운 것 같아 읽고 남는 게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동물행동학 박사가 쓴 책답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개들의 행동 패턴과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놔서 그대로 따라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아마 육아에도 그대로 적용해서 괜찮을 거 같음(기본 원칙은 올바른 행동은 칭찬으로 강화하고 나쁜 행동은 무시한다임). 다만, 행동 수정이라는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난이도를 높여가며(조용한 환경에서 하던 행동도 산책시나 손님 왔을 때는 어려워짐) 해야 되는데 이게 단순히 책 한 권 읽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 나름 전문적인 스킬이라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음. 

하여간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 영상교육도 체험단 신청해서 산책교육과 카밍시그널 몇 편 봤는데 결정적 차이라면 강형욱은 사람보다 강아지의 편안함을 더 중요시함. 그래서 사람이 괴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음. 일례로 소피아 잉은 하네스(가슴줄)는 '당기기 훈련'용이나 다름없다고 목줄을 쓸 것을 권하는데 강형욱은 삼각 모양의 가슴줄조차 겨드랑이를 압박할 수 있으니 H형 하네스를 쓰라는 식임. 이러면 물론 개는 편하겠지만 산책시 막 잡아당길 때 사람은 대책이 없다. 물론 당기지 않고 산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원칙적으로는 소피아 잉과 같은 방법을 적용하지만 소피아 잉은 목줄을 통해 어느 정도 개의 행동을 제어하는 반면, 강형욱은 순전히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라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 하여간 이 책을 계기로 보듬 방식의 교육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음. 그런데 소피아 잉이 2014년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고 좀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동영상 속의 모습은 무척이나 쾌활해보이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고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그렇게나 커다란 업적을 남겼는데도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너무 안타깝다. 암튼 앞으로도 옆에 끼고 볼 책이다. 


by woodstock | 2017/01/08 17:29 | 음악/영화/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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